(New-wave queer cinema: 'Gay experiences in all its complex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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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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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 잭스 감독 작품 '라잇 온 미'의 한 장면. 사진: Jean Christophe Huss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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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 잭스 감독의 새 영화 '라잇 온 미(Keep the Lights On)'는 1998 년 뉴욕의 한 폰섹스 라인을 통해 만난 두 남성의 십 년에 걸친 연애사를 그렸다. 영화에는 노골적인 베드신이 있고 약물을 복용하는 장면도 수차례 나온다. 그 밖에 가족간의 불화, 일상적인 직장 스트레스, 이성애자 혹은 동성애자 친구들과의 외식 장면도 나온다. 커밍아웃하거나 죽는 사람은 없다. 단지 모든 것이 같은 흐름으로 우아하고 투명하게 그려진다. 잭스 씨는 "요즘 도시생활의 공동체가 가지는 특징, 경계선의 부재를 담아내는 영화가 별로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 이상 '저기 저 게이들 좀 봐!'하는 사람들은 없잖아요?"라고 말한다.
라잇 온 미는 아주 훌륭한 영화인 동시에 두드러지게 평범한 영화이기도 하다. 최근 몇몇 게이 감독들이 만든 동성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 또한 소형카메라로 있는 그대로의 장소에서 촬영하기도 하고 즉흥연기를 이용하는 등 자연주의를 표방하여 특정한 심리에 근거하면서도 만인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그렸다. 작년에 개봉되어 많은 찬사를 받았던 앤드류 헤이그 감독의 '주말(Weekend)'도 이와 비슷한 접근법으로 노팅엄의 한 클럽에서 만난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또한 트래비스 매튜스 감독의 'I Want Your Love(네 사랑을 원해)'도 이와 비슷한 스타일로 샌프란시스코의 한 20 대 아티스트의 인간관계를 따라간다. 이는 현실의 수용이라고 하는 퀴어영화계의 환영받을 만한 변화를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동성애자 인물이 주요캐릭터로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 분수령은 에이즈 위기가 동성애자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그린 1982 년작 '두 남자(Making Love)'라 할 수 있다. 이후 구스 반 산트, 토드 해인즈, 그렉 아라키와 같은 감독들이 불치병과 시민권 박탈, 사회적 소외가 미치는 위협을 표현주의적 작품으로 담아냈다. 이들 작품에서는 시와 포르노가 만나고, 초현실주의와 파멸로 문드러진 장르 패스티쉬가 대중문화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 극도의 불안정함은 그들의 맥락을 반영했다.
1990 년대 에이즈 치료와 법적 인정 절차에 돌파구가 생기면서 현실은 안정을 되찾았다. 정치적, 미학적 감성은 스토리와 등장인물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커밍아웃이나 에이즈와 같은 시련이 아직 존재하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영화에 더 쉽게 흡수되어갔다. 할리우드의 경우, 눈물 짜는 영화가 대세(필라델피아처럼 말이다)였으나 게이 감독들의 저예산 독립영화는 로맨틱코메디에 전념했다. '제프리'(미국 1995)와 '뷰티풀 씽'(영국 1996)의 성공은 쾌활하고 이해하기 쉬운 영화의 본보기를 마련했고 이들 영화에게 있어 LGBT영화제와 비디오 관객층은 활력있는 시장이 되었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이러한 활력은 점점 과해져, 제목은 화려해진 반면, 공식은 고정화되고 평범해졌다. 2006 년에는 이러한 영화들의 패로디작인 '어나더 게이 무비'가 나왔고 이는 또다시 '어너더 게이 무비2'로 이어졌다. 동화정책 시대의 동화정책적 작품인 것이다.
이러한 일반화에도 예외는 있으며, 뉴 퀴어 시네마의 표현주의와 그것을 계승한 포괄적인 대중주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둘 모두 현실이 결여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잭스는 "지난 20 년간 제작된 퀴어 영화들을 보면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은유라는 방식을 쓰면서 이야기 그 자체는 회피하는 쪽으로 회귀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정반대를 택했다. 자서전적인 영화 라잇 온 미는 잭스와 마약에 중독된 출판사 편집장이었던 전파트너 사이의 힘들었던 세부기억을 종종 돌이킨다. 나레이션에는 충동과 상호의존, 속임과 절망감 등이 가미되어 있지만 진정한 영웅도 악당도 멜로도 없다. "아주 개방적인 영화를 만듦으로써 이러한 스토리가 지닌 비밀스런 특성을 뒤집어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잭스 감독은 이런 경험들이 가지는 소소하면서도 효과적인 세부사항에 충실하다.
헤이그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에는 소원성취라는 요소가 있다며 "사람들은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매튜스 감독도 "여타 소수 집단이 그렇듯이 내 스스로 매체를 만들고 내 자신이 반영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흥분됩니다. 그러나, 짓굳은 사람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작품의 질과 상관없이 제작 승인을 받은 영화는 정말 많습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지성과 본인이 실제로 경험한 것들을 반영해 주는 스토리를 갈구하니까요."
'주말'과 '네 사랑을 원해'는 따로 제작됐지만 그 제작 시기는 같다. 헤이그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페스티벌 같은 곳에서 보는 퀴어 영화에 대해 사람들이 실증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동성애자들의 실질적인 삶을 반영하는 뭔가를 하게 된 거 같아요. 그런 영화들은 제가 알지도 못하는 세계, 즉 동성애자들의 삶에 대한 허황되고 표면적인 로맨틱 코미디적 관점만 보여줬거든요. 한 집단을 대표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동성애자들이 겪는 복잡다난함을 그대로 묘사할 수 있으면 좋겠죠."
이들 감독은 문맥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통해 오늘날 이반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것들을 묘사하고자 한다. 이성애자들은 비이성애자들의 고통이 끝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적어도 서양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잭스 감독은 이반으로 성장함으로써 초래되는 결과는 평생을 따라간다고 주장한다. "우리 개개인은 아직도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알게 되면서 느끼는 공포와 수치, 자기혐오에 빠져 있습니다. 제 영화는 그런 것들을 기록한 것입니다. 물론 20 년전처럼 제 정체성 자체가 의문시되는 일은 없지만요."
헤이그 감독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말'을 통해 아직도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미묘한 것들이 많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제 만사 괜찮아졌어'라고 말할 동성애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점들에서 벗어나 한 층 더 깊이 들어가면 더 광범위한 문제를 다룰 수 있고, 영화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의 갈등은 단순히 동성애에 관한 것만은 아닙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인 것입니다."
이들 작품은 섹스에 대해 진솔하게 다가간다. '주말'과 '라잇 미 온'에 나오는 정사신은 연애를 다루는 대분의 영화들이 이 부분을 등한시 하는 것이 얼마나 삐뚤어진 것인가 하는 점을 강조한다. 잭스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적 행위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싶었어요. 비록 사람들은 섹스를 격리시키려 하지만, 그것도 우리 일상샐활의 한 부분이잖아요. 이 영화가 다루는 경험에는 연속성이 있어요."
헤이그 감독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연인관계를 솔직히 다루고자 한다면 섹스도 그 일부분이죠. 퀴어 영화에는 그런 장면이 많이 있긴 하지만 그 대부분이 자극을 위한 요소이거나 영화를 통해 동성애 섹스 장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단순한 기쁨에서 비롯된 겁니다. 제 경우, (섹스는)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일부분이지 단순히 정사신을 넣기 위해서 그런 장면을 억지로 끼워넣진 않아요."
매튜스 감독의 작품은 헤이그 감독이나 잭스 감독의 작품보다 훨씬 더 생생한 정사신이 나온다. '네 사랑을 원해'는 노골적이고 수정이 가해지지 않은,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연인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사신이 무척 많다. 매튜스 감독은 "두 사람이 섹스를 하거나 섹스를 시도함으로써 수많은 의사소통과 정보교환이 이루어집니다. 정사신이 하나의 스토리적, 등장인물적 장치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매튜스 감독은 이미 "In There Room(방 안에서)"라는 단편 다큐멘타리 시리즈를 통해 섹스를 주제로 다룬 적이 있고, 그는 이 시리즈를 통해 NakedSword라는 포르노회사로부터 안정적인 후원을 얻게 되었다. 이렇게 노골적인 내용으로 주류사회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튜스 감독은 NakedSword사와의 동침을 주저하지 않았다. "저는 관계자들과 알고 있었고 제가 얼마나 큰 자유를 가지게 될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작업은 제가 (다큐멘터리 '방 안에서'를 통해) 이미 하고 있던 것들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저는 예술이냐 외설이냐 하는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러한 논쟁들이 경계를 시험하는 포르노계의 다른 프로젝트들을 고무하기를 바랬습니다." 과연 그런 일이 생길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스티븐 맥퀸과 라스 폰 트리에의 최근 프로젝트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노골적인 정사신이 게이 감독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제임스 프랭코는 매튜 감독에게 공동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실제로 잭스 감독도 비게이 영화들이 자신의 작품에 미친 영향을 강조한다. 그는 파스빈더, 파솔리니, 저먼은 물론 카사베츠, 도그마 선언, 그리고 데렉 시앤프랜스의 작품 블루 발렌타인으로부터도 영감을 얻었다. 헤이그 감독 또한 "최근 현실감을 더해가는 미국의 저예산 일반영화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매튜스 감독은 퀴어필름의 맥락에서 볼 때 "이러한 영화들은 '두 남자'에서 다룬 것들을 이어간다. 에이즈로 인해 많은 것들이 정지되었고, 급박해졌으며 정치색과 실험정신을 띄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일상생활을 다루는 작품들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충격적이고 선정적으로 실생활의 단면을 다룬 고전 중에는 펙과 폴 할람 감독의 'Nighthawks'(영국, 1978)과 프랑크 리플로 감독의 '택시 투 더 토일릿(Taxi Zum Klo)'(서독, 1980) 등이 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지만 예술의 한 형태로서의 영화와 주류사회의 퀴어성에 있어 불확실한 시대인 지금, 재능있고 야심있는 영화인들이 그것이 혼란스러움이든 다른 무엇이든 현실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헤이그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린 더이상 입체적이면서도 우리 모두처럼 엉망진창인 삶을 살아가는 개개인의 게이 이야기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요."
• '라잇 미 온'은 10 월 16과 17 일 런던 필름 페스티발에서 상영되며, 영국에서는 11 월 2 일에 개봉될 예정이다. '주말'은 DVD와 블루레이로 출시었으며, 'I Want Your Love'는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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