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3일 토요일

푸에르토리코) 권투선수가 커밍한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일까?


(​Why the surprise when the gay boxer came out?​)

Click the English headline above for the original article on The Guardian.​
​2012-10-06
자신이 게이라고 밝힌 올랜도 크루즈. 사진: Dennis M Rivera Pichardo/AP


푸에르토리코의 권투선수 올랜도 크루즈는 가장 최근에 자신이 게이임을 밝힌 스포츠선수이다. 이젠 스포츠업계의 호들갑을 그만 떨 때가 되지 않았을까?
웨일즈의 럭비스타 가레스 토마스의 조심스럽고도 성공적이었던 커밍아웃 이후, 그의 뒤를 따르는 스포츠 선수들이 적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선수가 할리우드식의 조명세례를 받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한사람 한사람이 스포츠의 포용성이라고 하는 눈더미의 두께를 더해 왔다. 스웨덴 축구선수, 영국의 크리켓 선수, 그리고 이번에는 푸에르토리코의 경량급 선수 올랜도 크루즈가 제각기 나름대로의 물결을 이루어 오고 있다.
이러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게이 스포츠계의 과거, 저스틴 파샤누의 원혼이 일깨워져 기사의 곳곳에 스며있는 듯하다. 그리고 매번 이런 기사가 나올 때마다 그 비극이 암시하는 바는 점점 옅어져 가는 것 같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긴밀한 신체적 접촉을 동반하는 남성들의 집단에는 은밀한 것이든 노골적인 것이든 으레 동성애적 이끌림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대단한 폭로거리가 아니다. 모리세이가 자신의 히트곡 Boxers에서 불렀던 것처럼 "소리, 냄새, 스프레이"를 통해  그 무언가를 느끼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자신의 LA시절 회고록에서 전희 대신 레슬링놀이를 선택했던 일을 상세히 기록했다. 브루스 웨버의 극도로 남성스로운 사진작품은 코가 깨지고 입술이 찢어진 모습들을 통해 복싱이 내포한 에로틱함에서 예술을 끌어냈다. 레기 크레이가 베스널그린 복싱 시합에서 링 옆에 앉아 있는 모습 또한 나름대로 특유의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었고, 이는 암흑가를 배경으로 한 제이크 아노트의 스릴러 소설 'The Long Firm'과 갱스터 영화 롱 굿 프라이데이의 초반부에서 흥미롭고도 세세한 감정으로 쏟아져 나왔다.
따라서 게이 권투선수가 있다고 해서 놀라는 것은 감옥과 군대, 기숙학교에 동성애 행위가 존재한다고 놀라는 것과 다소 비슷하다. 안드로겐 교체의 차등제는 광범위하게 환영받는, 때로는 자극적인 성전이다. 올랜도 크루즈가 늘어가는 게이 엘리트 스포츠선수들 무리에 가담하기 훨씬 전부터 권투에 동성애적 열기가 있었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한 작가가 1960년대 웰터급 챔피온 에밀 그리피스의 탈의실에 들어갔을 때 에밀이 자신의 세컨드에게 키스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쩌면 이런 개개인의 이야기를 더이상 예외적인 사례로, 또는 개별적인 뉴스로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광범위한 문화를 직시할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크루즈가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밝히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아주 익숙한 패턴을 그려낼 수 있었다. 스톤월상, 게이잡지 표지모델, 몇몇 그럴싸한 후원, 어쩌면 동료 스포츠 선수들과 소소한 소란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크루즈를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크루즈는 라틴문화권에서는 여전히 지배적인 카톨릭적 환경에서 리키 마틴의 뒤를 계승했다. 크루즈의 커밍아웃에서 흥미로운 점은 스포츠가 아니라 문화적, 종교적 측면인 것이다. 스포츠계의 '첫번째 게이'는 얼마나 더 나올까? 우리는 다트 선수가 최초로 커밍아웃하는 것에 대비해 숨을 고르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건 대단할지도 모른다. 복싱은 예전부터 암흑가에 대한 매력, 절제된 일상, 통제되고도 엄격한 접촉이 가져다 주는 스릴감이 구조화되어 있었으니까.
이러한 스포츠적 서술들은 독자적인 중요성을 띄기도 하지만, 매번 상징적인 가속도를 누적시켜 오기도 했다. 이제는 협회들이 호들갑만 떨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것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사실 그 길은 그리 멀지 않다.
신사다운 면모를 지닌 체자레 프란델리 이태리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동성애와 스포츠가 가지는 잠재적 요소를 가장 현저하게 바깥 세상으로 끄집어냈다. 올해초 작가 알레산드로 체키 파오네가 프란델 감독에게 자신의 책 'The Champion of Love: 금지된 스포츠 시합'의 서문을 부탁한 일이 있었다. 이 책은 이태리 국가대표 축구선수들 중에 동성애자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프란델리 감독은 알레산드로 체키의 요청에 훌륭하고 개방적인 서한으로 답함으로써, 스포츠선수 개개인의 서술에 부합되는 제도적 현대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러한 발언을 한 국제적 인사는 그가 처음이었다. 
그는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축구 그리고 전반적인 스포츠계에서 동성애는 아직도 금기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자신의 욕구와 감정에 자유롭게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진실과 자유를 표현하는 모든 개인들을 존중할 줄 아는 스포츠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2012 년이다. 게이 남성이 스포츠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인다고 더이상 놀랄 것은 없다. 게이 스포츠선수들의 이야기는 직업상 다른 남자와 부대끼게 되는 동성친화적인 뉘앙스가 자연스레 나타난 것일 뿐이다. 이들 스포츠선수들을 조직하고, 감시하며 가치를 매겨 올랜도 크루즈와 같이 커밍아웃하는 선수들이 더이상 속보가 되지 않도록 이끌어가야 하는 것은 협회들이다. 
​Paul F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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